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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10.28 영화의 계산
모조2014. 10. 28. 12:36

<나를 찾아줘(Gone Girl)> 몇 번 더 보러갈 것 같다.


영화에 접근하는 연출자들의 견해 차이에 의해 크게 두 종류로 영화를 나눠본다면, '영화는 역시 서사다'라고 생각하는 부류가 있을 테고, '영화는 서사를 전달하는 게 아니야'라고 생각하는 타입이 있다. 그 안에서도 스펙트럼이야 다양하겠지만, 데이비드 핀처, 박찬욱, 봉준호, 마틴 스코세지, 로만 폴란스키, 쿠엔틴 타란티노, 알프레드 히치콕, 에드가 롸이트, 류승완, 이안, 존 포드, 하워드 혹스, 구로사와 아키라, 프릿츠 랑 등은 확실히 전자에 속한다. 그리고 완벽히 후자에 속하는 사람들은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 짐 자무시 등이 있을 것이다. 후자에 속하는 사람들의 이름을 많이 기억하지 않는 것은 내가 그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그렇다. no offense!

전자에 속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영화가 감흥이 없을 때가 있다. 그때의 이유는 너무 계산적이기 때문이다. 매 쇼트가 그들이 추구하는 효과를 주게끔 계산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무슨 이야기를 전하고자 하는지 알겠고, 그 표현법도 굉장히 적확하게 선택된 것 같지만 그 이상의 무엇인가가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스토커>,<마더>,<피아니스트>,<조디악>,<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등). 문제는 그들이 일을 너무 열심히 했기 때문일까?

아예 허튼 소리는 아닐 것도 같은 것이, 그들이 만든 걸작 중에는 정확하게 논리적인 인과율을 잡아 챌 수는 없지만, 무언가 전체적인 이야기 흐름이랄까 주제에 부합하는, 적어도 상호관련성이 있어보이는 정서적인 쇼트랄까, 장소랄까, 오브제랄까 그런 것들이 있다. 그러한 것들은 의미가 텅 비어있는 것 같아서 오히려 영화를 보는 감상자들이 채 소모시키지 못한 정신적인 힘이, 영화의 전개와 흐름이 만들어 냈지만 아직 결론을 맞이하지 못한 그 정신적인 힘이 그곳으로 몰려들어 거대한 폭풍을 만들어내는 듯한 기분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그런 것도 아니라면 그들이 다루고 있는 대상들이 통제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서 억눌렀던 힘을, 의도치 않았던 힘을 문득문득 보이는 순간들이 있다.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진실은 '1%의 진실과 99%의 거짓말'이라는 어떤 이야기처럼, 영화는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것이지만 100%의 인공만으로 이루어져 있을 때 보다 뭔가 그들이 감추고 싶어했던 자연적인 것이 약간의 가미될 때 사람들을 환장하게 하는 것이 아닐까.

뭔 뻘소리를 이렇게 장황하게 쓰고 있냐면, <세븐> 이후 데이비드 핀처에서 관찰할 수 없었던 계산을 벗어난 어떠한 특질들이 <나를 찾아줘>에는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혐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는 디지털로 돌아선 <조디악>에서부터 그러한 기미가 시작되어 있었다고 생각했고, 그것은 '이번에 오케이 컷을 얻어내지 못하면 안돼!'라는 마음가짐을 은연 중에 가질 수밖에 없는 '필름의 현장'이 아닌, '이번에 못 찍어도 얼마든지 더 찍을 수 있지. 디지털이잖아. 필름 값이 안 든다고. 후 보정 하기도 쉽고' 라는 마음가짐이 부지불식간에 창궐하게 하는 '디지털의 현장'이라서 그런 것이 아닌가 싶기도 했고, 연출자 1인에 의한 완벽한 통제를 꿈꾸는 데이비드 핀처에 맞서 필름과 카메라와 조명을 통해 화가가 되고자 했던  다리스우스 콘지라는 촬영감독을 잃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었기 때문이다.

뭐, 여튼 나는 이번 혐의가 어느 쪽으로 결정된다고 해도 데이비드 핀처를 계속 좋아할 수밖에 없을 것이긴 하다. 현학적으로 한껏 폼 잡고 말하자면, 마치 르네상스의 인문학자들이 키케로가 관중의 심리학을 계산했던 수사학을 좋아하고 철저히 연구했던 것과 같은 이치라고나 할까.

Posted by 김탁구